출국 하루 전. 사실 내가 지금 제일 두려워 하는 것은 가자마자 있을, 국제 학생들을 위한 각종 사교 행사다...; 으하하하하. 나 사교성 제로인 여자. -_- 구체적인 수치를 대보자면 지난 5월에 LCSI라는 성격심리검사를 받았는데 거기서 난 사교성이 6.2%인 것으로 나왔다. 수용성 92.2%, 신중성 86.7%, 안전성 72.2%, 창의성이 85.3% 나왔으니 나의 사교성이 다른 항목에 비해 얼마나 안습 수준으로 낮은지 알 수 있지...; 이건 뭐 거의 가문의 수치라고나 할까.....ㅜ_ㅜ

약 3년 가까운 나의 직장생활은 개인적으로 많은 깨달음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다 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작이었다. 그리고 이건 나의 내향성(Introversion)이 겪은 실패라고 생각한다. 난 정서적으로 친밀한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말도 잘하고, 나름의 유머도 구사하며, 활달해 보이는데 한동안 난 이게 나의 "본모습"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자기자신에 대한 이러한 착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불러왔지...ㅎㅎㅎ 과묵하고, 부끄럼을 많이 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할 때면 극도로 긴장하며, 모르는 사람에겐 전화로 간단한 것 하나 부탁하기 버거운, 직장에서의 내가 진짜 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곳을 빨리 떠나야 겠구나,"라고 다짐했다. (홍보일은 솔직히 내향형 인간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직종이다.) 17살 때 받은 MBTI 검사에서나 27살때 받은 MBTI 검사에서나 난 여전히 I가 무진장 높고, LCSI 검사는 내가 한자릿수 사교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있으며, 에니어그램 5번의 특징들은 외향보다는 내향형에 훨씬 더 가깝다는 사실도 나 자신을 찾는데 큰 힘을 보태줬다. 더불어 지난 여름에 <콰이어트>라는, 내향형 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을 담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통해서도 난 이미 갓난아기일 때부터 내향형 인간이 될 소질이 다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난 이전 상사(우리의 S부장님...ㅎㅎㅎ)가 심심하면 말했듯(그는 늘 "우리 YJ가 참 내성적이라서~"라고 딴 사람들 앞에서 나의 성격적 특징을 콕하고 짚어주셨지. 내성적이라 미안하다, 이 자식아. ㅎㅎㅎㅎㅎ)순도 90프로의 내성적인 사람인 것이다...내성적인 내 자신이 싫지만, 외향적인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인생이 얼마나 더 활짝 폈을까 싶으면서 엄청 억울하기도 하지만...그래도 이 성격은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 이건 운명이야. 그러니까 받아들이자! -_- ㅎㅎㅎ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은 내가 고도의 사회화를 거친 인간이라는 것이다. <콰이어트>라는 책에선 자기 감시(Self-monitoring)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설명하는데 읽으면서 나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 감시가 뛰어난 사람들은 상황에 따른 사회적인 요구에 자기 행동을 맞추는데 아주 능숙하다. 이들은 단서들을 찾아서 자기 행동을 교정한다." (한마디로 "가식"을 구사할 줄 안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ㅎㅎㅎ) 인간을 엄청나게 경계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하며, 심하게 편식하고, 매일 아침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버스 앞에서 엉엉 울던 꼬마였던 난 어느덧 자라 혼자서 외국에도 훌쩍 잘 나가고, 먹을 것이라면 뭐든 다 잘 먹고, 괴상한 회사의 괴상한 시스템 밑에서 2년 반동안 월급쟁이 생활을 하고, 끝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저 이국 만리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대책없이 나서는 인간이 되었다. 그래...이 정도면 내향형 인간의 승리라고 할 수 있지...ㅎㅎㅎ

짐 정리를 마다하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그냥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ㅎㅎㅎㅎㅎㅎ 아.....지금 용기 100번 북돋아도 모자랄 판이야. 으하하. 아무튼 9월 18일부터 "독거 노인 방지 프로그램"을 자가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친구들을 적어도 3명이상 사귀어 향후 독거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18-21일에 있는 모든 사교행사에 다 참석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함. ㅎㅎㅎㅎㅎㅎㅎ(물론 갔다가 긴장되면 화장실에 가서 잠시 변기 뚜껑 내리고 앉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ㅎㅎㅎ) 

아무튼...뭐 결론은 "화이팅!!" 난 가식쩌니까 잘할 수 있을꺼야. 회사에서 하듯 가식적인 웃음을 팔면서.........;;; (뭐래니...으하하하. ㅠ_ㅠ)





Posted by el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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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6 21:5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2. gaon1981 2012.10.02 15:4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내성적이라 미안하다. 이 자식아...에서 빵터짐. ㅋㅋㅋㅋㅋㅋ
    사교모임 나도 느무 부담스러워. ㅠㅠ 스탠딩 파티 싫어. ㅋㅋㅋㅋㅋ

    • el24 2012.10.13 1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ㅋㅋㅋ 덧글을 넘 늦게 달았네...ㅠ_ㅠ 쏘리~가온 잘 지내지? 근황이 궁금하오~ㅋ 암튼 나도 스탠딩 파티 열라 싫어함. ㅋㅋㅋㅋㅋ 하지만 사교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요즘엔 사교에 대한 스트레스도 사라짐. ㅋㅋㅋ

  3. 2012.10.21 00:4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4. 2012.10.29 18:2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5. gaon1981 2012.11.01 20:0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사교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니, 안도가 됩니다. 으캬캬.
    나도 근황이 궁금하오~^^